[正論] 중소기업금융의 발전을 바라며 -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08-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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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9988)’이라는 말이 있다. 구십구(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는 의미로 노후의 건강한 삶을 기원하는 단어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9988’을 보면서 우리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은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피에 해당한다. 원활한 혈액순환이 건강의 필수요건이듯이 중소기업금융의 효율적 작동은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금융은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금융환경 변화와 함께 발전해 왔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 시기에는 금융이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중소기업금융은 정부의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의 금융수요 축소와 중소기업의 경제적 위상 변화 등으로 중소기업금융이 상업금융기관의 핵심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은 2000년 약 138조원 수준에서 2012년 약 447조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금융도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소기업금융도 양적성장에서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야만 하는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출 중심의 간접금융에 편중된 자금조달 구조, 담보대출 관행, 그리고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과 같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한정된 정부 재원으로 정책금융의 지속적인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금융이 중소기업과 우리경제의 균형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제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정책금융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은행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한 중소기업은 상업금융 영역에서 담당하고, 정책금융은 상업금융 영역에서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부문을 담당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금융기관은 중소기업금융 발전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자금지원은 물론 인력, 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등 중소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성장 단계별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업성 및 기술력 위주의 자금지원을 위해 기술평가 능력도 높여 나가야 한다.

셋째, 관계형 중소기업금융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의 비재무적 정보에 기반하여 은행과 기업이 동반자 관계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직접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최근 개설된 코넥스 시장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지정자문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접근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다섯째, 금융애로를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는 소기업과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체제를 확립하여야 한다. 이들 기업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저축은행 등 지역금융기관이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여섯째로는 시장참여자의 균형 있는 시각과 자세가 중요하다. 정부는 건전한 시장조성을 지원하고, 금융기관은 자금의 선순환과 효율적 배분이라는 금융의 기능 수행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창조경제가 우리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인의 한사람으로서 창조경제의 성공과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조금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조경제의 궁극적 목표인 고용창출의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창조금융’의 핵심은 ‘중소기업금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성장과 중소기업금융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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