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유럽 기업과 인수합병(M&A)을 하고 나서 유럽으로 본사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0%에 달하는 반면 아일랜드는 17%에 그쳐 엄청난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미국 제약업체 페리고는 아일랜드 바이오기술업체 엘란을 86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도이체방크는 페리고가 아일랜드로 본사를 이전하면 한해 평균 1억1800억 달러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의 액타비스 역시 아일랜드의 워너칠코트를 인수해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길 예정이다. 액타비스의 법인세율은 종전의 28%에서 17%로 크게 낮아져 향후 2년 동안 총 1억5000만 달러의 세금 절감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옴니콤은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합병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길 계획이다. 한해 기대되는 세금 절감 혜택은 8000만 달러다.
미국 케이블업체 리버티글로벌은 영국 버진미디어를 230억 달러에 인수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긴다고 FT는 전했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21%로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인수 이후 본사를 옮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크 킹스톤 링크레이터스 세금 파트너는 “미국 기업들이 최근 2년 동안 M&A 이후 본사를 옮기는 경우가 잦아졌다”면서 “해외 M&A가 늘면서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본사 이전은 법인세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과 백악관은 법인세율을 최고 35%로 합의했으나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세제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