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중산층의 세부담이 증가한 데 대해 원점재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정부 발표를 두고 이처럼 직접 수정을 요구한 건 예상외로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힌 데 따른 조치로 긴급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소득공제를 새액공제로 개편하면서 고소득자 뿐 아니라 중소득층마저 세부담이 덩달아 증대되자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도 세제개편안이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증세는 없다”던 박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과 정면 배치되는 결과를 낳자 후폭풍을 우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세제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민주당이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 여론전에 나선 것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역대 최저의 지지율로 국정운영을 시작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제야 60%대로 올라선 마당에 여론이 다시 악화될 경우 하반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 등이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 여론이 높았고, 사실상 ‘증세’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았던 우리 세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려고 했다”면서 “특히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서 과세의 형평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와 자녀장려세제의 도입을 통해 일을 하면서도 어려운 분들에 대한 소득지원을 강화했다”면서 “세제개편안은 저소득층은 세금이 줄고 고소득층은 세부담이 상당히 늘어나는 등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과 정부도 이날 당정협의를 열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중소득층의 세부담이 늘어난 데 대해 연소득 4000∼6000만원 구간에 대한 세 감면 축소 조치를 철회함으로써 추가 세 부담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여론이 악화되면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는 경제살리기 법안의 처리마저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많았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정부가 중산층 부담 강화를 철회키로 한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