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두고 정부 바깥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산층에 세 부담이 쏠렸다는 비판이 있는가하면, 고소득층의 부담이 보다 늘었다는 반박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세법개정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란 데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소득세제나 상속·증여세 등에서 일부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세제운영이 포함돼 있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다만 여전히 대기업층의 저조한 실효세율을 올리기 위한 방안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은 점차적으로 소득세의 조세부담률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 “영리법인을 이용한 변칙상속의 과세 강화는 고소득층의 교묘한 상증세 포탈을 막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 장려금 신설, 중소기업 고용증가인원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지원 확대, 주거비 경감을 위한 세제지원,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원 강화 등에서는 경제적 취약 계층에 대한 국가적 지원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법인소득에 대해 정부가 여전히 감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제재 방안들도 턱없이 미흡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 완화 방침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정부는 국정과제와 지역공약 실현을 위한 가계부까지 발표했지만 그 실현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이번 세법개정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며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확대’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우려된다”고 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근로자들로부터 엄청난 증세를 도모하는 경악할 일”이라며 당장 근로자증세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회장은 “특별소득공제 항목들을 세액공제로 바꾸는 이 개편안이 확정된다면 내년부터 서민, 중산층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대폭 올라간다”면서 “연맹에서 세법개정안에 따라 추산한 결과 연봉 4500만원 노동자는 약 20% 세금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건 연말정산세법의 근간을 바꾸는 것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그런데 단 몇 달 만에 바꾸려고 한 것 자체가 현 정부가 근로자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은 이번 기회에 합의과정을 거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내년에 개정해야 한다”며 “근로소득자들에게 대한 증세가 두드러진 이번 세제개편안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같이 늘되 고소득층은 보다 더 느는 방향”이라면서 “중산층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세액공제로의 전환, 근로소득공제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하향조정 등으로 중산층 세부담이 좀 더 느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로써 고소득층의 부담도 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기한을 폐지하고 비전업 농민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배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의 조치는 의미 있는 부분”이라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한 점도 눈에 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다만 “정부가 직접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 재정운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직접증세를 해서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