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법칙이 바뀌는 것일까! 정부의 최후통첩성 제안에 대해 열흘 동안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회담 즉각 수용’이라는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보여준 ‘뻣뻣 모드’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7일 정부가 꺼내 든 개성공단 운영 중단과 관련한 ‘중대조치’란 압박카드가 북한의 이같은 자세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7일 오후3시 109개 입주기업에 2809억원에 달하는 경협보험금을 8일부터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 완전 폐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초강수 조치였다.
한 시간 뒤인 4시께, 14일 개성공단에서 회담을 하자는 북한의 반응이 바로 나왔다. 북한은 △공단 잠정중단 해제 △남측기업 출입 전면허용 △우리 기업 및 근로자들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 신변안전, 기업 재산 보호 등도 약속했다. 우리측이 요구한 공단폐쇄에 따른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전향적인 내용이었다.
2시간여 뒤인 6시15분, 우리 정부도 북한의 회담제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6차 실무회담이 결렬된 후 20일 만에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오는 14일 재개된다
북한의 이같은 유화적 자세는 ‘개성공단 파국만큼은 막아보자’는 속마음이 발현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이 유일한 달러박스라는 현실론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북측 근로자는 5만여명의 일자리는 물론 연간 9000만달러 이상의 현금이 차단된다. 공단 폐쇄에 따른 북측 주민의 민심 동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측이 내부 단속 차원에서라도 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을 느꼈을 듯하다.
이는 ‘개성공단 악순환을 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7차 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원칙론을 내건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가 효과를 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중국의 새로운 대북 접근방식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7차 회담의 관건은 앞서 실무회담 결렬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재발 방지책’이다. 북측은 여전히 재발 방지에 대해선 ‘남북 공동 담보론’을 되풀이 하고 있어 이 문제를 놓고 남북 간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북측 상대로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문서화 등을 관철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