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 예산실 직원들은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10월 초 예산안을 제출한 후 국회에서 최종 처리되기까지 서울에 있는 국회를 오갈 일이 까마득해서다. 지난 4월에도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통과를 위해 서울 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해야 했다. 특히 최근 예산에 대한 국회 권한과 통제가 강해지면서 행정적 요구사항도 많아져 더 걱정이다.
세종청사에서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지 반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행정 비효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관은 서울에, 사무관은 세종시에, 과장은 길바닥에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청사 이전 초기나 지금이나 여전히 세종 공무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부처의 수장인 장관은 국회와 청와대, 관계 부처가 있는 서울에서 국무회의나 경제관계장관 회의 등 중요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실·국장들의 경우 걸핏하면 청와대나 국회 출장 중이다.
이로 인한 후유증은 만만찮다. 잦은 서울 출장으로 업무 처리는 늦어지는 것은 다반사. 또 한꺼번에 실·국장에게 업무가 몰리다보니 정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부동산·서비스산업 정책 등이 알맹이 없는 설익은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외교부, 안전행정부 등과는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하지만 서울청사에 있다보니 제대로 소통조차 힘들다.
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세종 담당자 한명이 가면 될 일을 관련 부처 담당자들을 모두 내려오라고 할 수 없어 자연스레 서울 출장이 찾을 수 밖에 없다”며 “정책 점검을 위한 기업 실무자들을 불러 모을 때에도 편의상 서울청사에서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청사 주변은 아직도 공사판이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도 있지만 거주공간과 편의시설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탓에 많은 공무원들의 서울에서 출퇴근하며 왕복 4시간의 피로를 감수하고 있다. 출퇴근만으로도 지쳐버린 나머지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야근할 환경도 안돼 자칫 행정공백은 물론 대국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안전행정부는 그 해결책으로 ‘화상회의 활성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대면 위주의 보고 문화가 강한 공직사회의 특성이 남아있는 데다 국가안보사항 등 중대 사안을 화상 회의로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에서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