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권 빅뱅'] 우리금융 인수, 금융사 몸집불리기 반색… 손익계산 부심

입력 2013-07-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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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금융“관심 없다”관망… 경남·광주은행 인수전은 활발

▲경남은행(왼쪽), 광주은행.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난 15일 지방은행 계열 매각으로 본격 시작됐다. 경남·광주은행 등 두 지방은행은 지방 선도은행 자리를 다투는 지방 금융지주들의 경합으로 이미 경쟁이 뜨거워진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증권계열은 알짜 매물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금융지주 및 타 금융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빙하기가 닥친 상황에서 자산 300조원 규모의 우리은행의 인수자 찾기는 난항이 예상된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혔던 KB금융이 사실상 인수 불가의 뜻을 내비치면서 우리은행 인수전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우리은행 인수에 따른 손익 셈법을 굴리는 금융사들이 선뜻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덩치 큰 우리은행, 인수자 찾기 난항 =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은 무엇보다 우리금융 맏형 격인 우리은행 매각이다. 우리금융의 주력 계열사지만 인기는 동생들만 못하다. 약 300조원의 자산을 가진 큰 덩치의 우리은행을 사겠다는 금융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KB·신한·하나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은 현재로서는 우리은행 인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점포가 겹쳐 영업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점포 및 인력 구조조정 등 인수 이후 작업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특히 금융사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우리은행 인수에 쏟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인수 후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점도 금융지주사들엔 위험 요인이다.

신한금융은 우리은행 등 우리금융 계열사 인수가 그룹 시너지 창출 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이미 지난해 외환은행을 인수해 우리은행 인수 후보자에선 한발짝 떨어진 상태로 지방 영업력 확보를 위해 지방은행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KB금융은 우리은행보다는 우리투자증권 등을 포함한 증권계열 인수 쪽으로 의중이 기울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지난 17일 “우리은행 인수 여건이 안 된다”며 우리은행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외국계 자본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외국계 금융사의 인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론스타 사태로 홍역을 치른 금융당국이 외국계 금융사에 우리은행을 넘길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은행 인수전 다크호스 교보생명… 자금 여력 의문 = 인수전 시작 전부터 시장의 냉랭한 반응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은 교보생명이 인수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생명보험사 빅3인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를 장기적 관점에서의 미래 성장동력 기반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국내외 투자 파트너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지 여부다. 또 국내 금융시장의 경영여건과 국내외 금융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교보생명이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외 투자자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해도 우리은행 인수에 최소 1조원 규모의 현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유력한 파트너로는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이 거론되고 있다.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은 지난해 6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교보생명의 지분 9.9%를 4680억원에 사들였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1년 국내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와, 2012년엔 IMM프라이빗에쿼티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 인수전을 검토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소입찰 규모를 우리은행 매각절차가 시작되는 내년 1월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방 및 증권계열 매각 결과와 매각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입찰 규모를 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보유 지분 56.97%를 일괄 매각하는 1안과 30% 이상 매각하는 2안을 고려하고 있다.

NH농협금융과 MBK파트너스, 한국금융지주 등도 인수 후보자로 오르내린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일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나온 만큼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우리은행, 지방은행 등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NH농협금융은 은행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은행 매각 청신호… 지방 및 시중금융지주 경쟁 = 우리은행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지난 15일 매각절차가 개시된 경남·광주은행 등 두 지방은행 매각 작업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경남은행은 BS금융과 DGB금융이 세 번째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고, 광주은행은 JB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까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BS금융과 DGB금융의 양자구도가 예상됐던 지방은행 인수전에 대형 금융지주까지 잇따라 인수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방은행 인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은행 매각의 순항 여부는 지역사회의 반발을 얼마만큼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남과 광주은행 모두 BS·DGB·JB금융 등 타 지방 금융지주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노조와 지역사회는 지방은행의 지역 환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적·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대형 금융지주의 참여를 바라고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일찌감치 지방은행 인수 조건으로 ‘최고가 원칙’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지역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역사회에 지방은행을 매각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 및 지역금융과 지역상공업 간 유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부터 최고가 매각 원칙을 내세운 만큼 자금력이 우수한 대형 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정부의 바람에 부응하는 성격이 짙어 현재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이 실제로 지방은행 인수전에 참여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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