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17일 개성공단에서 제4차 당국간 실무회담을 열어 개성공단의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번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합의문 없이 회담을 종료했다.
남북은 오는 22일 5차 실무회담을 개성공단에서 열고 재발방지책과 발전적 정상화 방안 등을 계속 협의키로 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합의서의 본질적인 문제가 재발방지 보장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와 관련해 북측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또 “남북간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보장 방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큰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양축은 지금까지 4차례 회담 중 가장 이른 오전 11시25분에 시작된 첫 번째 접촉을 필두로 총 3차례 2시간20분 동안의 수석대표간 접촉과 2차례 전체회의에서 가동중단 재발 방지책과 국제화 방안 마련 등 핵심 의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거듭된 접촉에도 기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국 오후 5시23분 종결회의를 끝으로 4차 회담을 성과 없이 종료했다.
양측은 회담 시작부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 이날 회담의 난항을 예고하기도 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은 오전 10시 개성공단지원센터 4층 회의장에서 시작한 전체회의에서 “오늘 날씨가 괜찮다. 어떻게 좀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나”라고 물었다.
이에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단장은 “이렇게 비가 오다가 그쳤을 때 그동안 고쳐야 할 게 있었다면 고치고 부족한 게 있다면 잘 보강을 해야 한다”며 “비바람이 치고 폭우가 와도 끄떡없이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부총국장은 이전보다 목소리를 높여 “안개까지 걷히면 먼 산의 정점이 보일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에 앞서 오전 8시52분 회담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김 단장은 엷은 미소를 띤 얼굴로 눈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위해 북측 대표단에 다가갔지만, 박 부총국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악수만 하자 곧바로 미소를 거두고 지원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박 부총국장은 이후 다른 우리 측 일행들과도 기계적으로 악수만 했을 뿐 서로 단 한마디 인사도 나누지 않고 영접을 마쳤다.
한 시간여 후 시작된 회담장에서 마주 앉은 두 수석대표는 첫 만남의 싸늘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다가 취재진의 요청이 있자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