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대혼란]3조 베팅레이스…결국 5000만 휴대폰 이용자만 ‘봉’

입력 2013-07-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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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정부 주도 재벌기업간 ‘쩐의 전쟁’…천문학적 낙찰가, 휴대폰 요금 전가 불 보듯

“500억원 베팅합니다.”(A사) “(500억원) 받고 1000억원 베팅합니다.”(B사) “(1000억원) 받고 2000억원 베팅합니다.”(C사)

불법 포커판에나 등장할 만한 무지막지한 베팅 레이스가 버젓이 정부의 인허가 정책에서 펼쳐지는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노름판에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황금주파수 경매가 치러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초유의 수백억,수천억원대 베팅은 무려 50라운드까지 이뤄진다. 그야말로 재벌기업 간 ‘쩐의 전쟁’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엄청난 베팅 레이스판이 정부주도하에 버젓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2조원, 최대 3조원에 육박할 경매 낙찰금액은 고스란히 5000만 휴대폰 이용자들 주머니 속에서 나가야 하고, 정부는 엄청난 세수를 벌어들이며 유일한 승자로 남을 것이란 비판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정부 정책에 50번이나 베팅 레이스를 번갈아 하는 방식이 나올 수 있습니까?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돈 결국 소비자들이 요금으로 내야 할 것 아닙니까? 도대체 이런 해괴한 정책이 시행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소비자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황금주파수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비판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LTE 주파수 할당안을 1.8GHz KT 인접 대역을 포함하지 않은 밴드플랜1과 KT 인접 대역을 포함한 밴드플랜2를 복수로 제시하고, 경매를 통해 입찰가가 높은 밴드플랜과 블록별 낙찰자를 결정하는 4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파수 경매는 50라운드까지는 오름 차순 경매로, 51라운드째는 밀봉 방식 경매로 진행되는 혼합방식으로 치러진다.

주파수는 공공재로 국가가 관리한다. 주파수도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급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공공재인 주파수 할당을 위해 경매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엄청난 세수원 확보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일명 ‘쩐의 전쟁’을 벌이는 이통3사의 모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실제 최대한 많은 수조원대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주파수 경매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6월 28일 ‘주파수 경매제 도입’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가 이뤄진 바 있다. 2011년 당시 KT와 SK텔레콤은 1.8GHz 대역을 놓고 83라운드에 걸친 경매를 펼쳤다.

당시엔 경매 라운드 제한이 없어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경매가 무제한 진행됐다. 결국 83라운드에서 SK텔레콤이 9950억원을 입찰하자 1조원 넘게 입찰하기에 부담이 된 KT는 포기했고, 해당 주파수의 주인은 SK텔레콤에 돌아갔다.

당시 과열 경매였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정부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선 과열 경매 예방을 위해 50라운드로 경매 차수를 줄였고, 마지막 51라운드에서는 밀봉 입찰 방식으로 단번에 결정짓도록 했다. 만일 51라운드에서 같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 재경매가 이뤄진다.

하지만 2013년 여름 펼쳐질 정부의 황금주파수 경매 역시 사상 초유의 베팅 도박판에 버금가는 쩐의 전쟁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번엔 1.8GHz KT 인접 대역이 문제다.

이를 확보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KT와 이를 저지하려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간 경쟁구도로 바뀌며 2조~3조원에 이르는 과열 경매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마저 우려된다며 결국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웃는 자는 수조원대의 세수를 챙길 정부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수조원대의 세수를 벌어들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빗나간 경기 예측과 경기 부진으로 올해 세수가 작년보다 20조원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번 낙찰금은 이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히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는 예상되는 천문학적 낙찰가에 난감한 입장이다. 결국 천문학적 낙찰가는 휴대폰 요금 전가로 이어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경매제가 도입되기 이전 주파수는 할당제로, 정부가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토대로 가격을 결정하는 대가할당 방식이 적용됐다.

이통사가 필요로 하는 대역을 파악하고, 해당 주파수 대역이 얼마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지를 검토해 가격을 결정, 이에 맞춰 할당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주파수 대가 산정과 형평성의 문제, 후발 사업자의 불리함을 고려, 결국 정부는 경매제를 도입해 이를 시장 원리에 맡기고자 했다.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된 현재 과연 경매제가 최선일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만일 이번 주파수 경매제가 실제 소비자들의 요금 전가로 이어진다면 이번 주파수 할당 정책은 미래부의 실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파수 할당안이 이미 결정된 방안이라며 8월까지 결론을 내기 위해 서둘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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