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마을금고’가 이젠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대형 금융회사 인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M&A시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름을 올린 사안만 3건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그 중심에 있었다.
웅진코웨이를 선택한 MBK파트너스에 4000억원의 인수 자금을 공급했다. 11월에는 새마을금고가 투자자로 참여한 자베즈컨소시엄이 그린손해보험 인수 최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12월에는 나이스신용정보로부터 한신평신용정보를 235억원에 매입했다.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주요 M&A에서 새마을금고는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내린다. 향후 M&A시장에서 새마을금고의 행보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자금력의 위용이다.
지난 5월 현재 1412개 단위금고의 총자산은 104조6000억원에 달한다. 2006년 대비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고객수도 17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줄줄이 무너지고 저금리 시대를 맞아 비과세 혜택이 부각되면서 조합원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1427개 새마을금고 법인의 ‘금고’ 노릇을 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각종 예탁금 등을 합쳐 30조원에 이르는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공제사업까지 합하면 35조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금성 자산은 무려 2조7000억원 수준. 대형 M&A 몇 건은 가뿐하게 성사시킬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같은 자금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새마을금고는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진 이후 비과세 혜택이 부각되면서 새마을금고에 빠른 속도로 돈이 몰렸다.
2011년 말 79조1000억원이던 수신고는 2012년 10월 90조9000억원으로 불었다. 덕분에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4조5000억원이던 새마을금고의 자산은 지난해 말 100조원을 돌파하며 저축은행의 자산(약 52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새마을금고는 밀려드는 예금에 자산운용의 고민이 커졌다. 새마을금고는 주식·채권에서 M&A·부동산 투자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 자산운용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쌍수 들어 환영받고 있는 금융사도 새마을금고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손잡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지상 33층 규모의 ‘333마켓스트리트 빌딩’과 시카고에 있는 지상 57층 규모 ‘스리퍼스트내셔널플라자’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문화방송(MBC) 여의도 사옥 부지 인수에도 참여했다. 포스코건설이 중국 다롄 IT 산업단지에서 시공하고 있는 아파트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6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미국 뉴욕에 위치한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에 200억~300억원 규모의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마을금고가 올해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M&A는 우리금융지주다. 우선 새마을금고는 직접 인수보다는 기관투자 형식으로 인수전에 나서겠다는 생각이지만 민영화 진행 상황에 따라 내부 입장을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두 차례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김성삼 새마을금고 대표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가시화되면 조건을 따져보고 인수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새마을금고 거래자 1700만명이 주인이 되는 국내 유일의 토종 은행, 서민은행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