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도 일어탁수와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불량 맛가루 사건이다.
맛가루란 채소, 불고기, 참치 분말과 김가루를 섞어 밥에 비벼 맛을 돋우는 일종의 양념가루로 맨밥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좋아해 엄마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그런데 폐기하거나 가축사료로 써야 하는 채소 등을 원료로 한 맛가루가 버젓이 시장에 유통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먹였다면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도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분노가 치밀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일 폐기 또는 가축사료로 사용해야 하는 채소를 가루로 만들어 맛가루 제조업체 A사 등에 납품한 식품가공업체 I사 대표 A씨와 채소류 가공업체 대표 B씨 등 4명을 입건했다.
이들이 보관한 식자재는 담배꽁초, 도로 포장재 아스콘 등 쓰레기와 섞여 폐기조치 됐어야 했지만, 이를 분말 형태로 만들면 식용재료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불량 맛가루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불량 맛가루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불량 맛가루’를 제조한 업체에 대해 하나같이 입을 꽉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반응도 뜨겁다. 한 포털 커뮤니티에는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마라’ , ‘찝찝해서 맛가루를 다시 살 생각이 없다’ , ‘아기와 부모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해당 업체와 품목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불량식품은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을 강조한 ‘4대 사회악’ 가운데 하나다. 그 만큼 경찰은 불량 맛가루에 대한 단속 결과를 빨리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속 결과 발표 후 반응은 어떠한가.
오히려 국민들은 경찰이 ‘실적 알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품명을 제외한 채 단속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과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먹거리는 언제나 사회적 파장이 크다. 일례로 지난 2004년 불량만두 파동을 들 수 있다.
당시 ‘쓰레기 수준의 무’라는 경찰의 과장 발표와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로 인해 국민들은 만두업체들이 식품 폐기물을 재료로 쓴 것으로 오인했다.
그때에도 정부 당국은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았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 온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 이후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 당국은 결국 불량업체 명단을 공개했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돌아보면 불량 맛가루 사건 또한 불량만두 파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의의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불량 맛가루 제품명을 일반에 신속히 공개하고, 일벌백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4대 사회악 척결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