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력비상, 에너지공기업 수장은 공석- 김정유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7-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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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이 예고되는 8월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시민들은 더운 날씨에서도 부채질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이를 담당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윗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전력난에 대한 불안감만 키우는 형상이다.

최근 에너지 공기업들을 비롯한 공공기관장들의 인선이 연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보다 세밀한 인사 검증을 요구하며 현재 진행 중인 인선 절차를 모두 ‘올스톱’시켜서다.

전문성과 함께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 이것이 청와대의 기본적인 인사 방침이라지만 지금과 같은 전력비상 상황에서 과연 순서가 맞는지 의문스럽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오는 8월 둘째 주부터는 예비전력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블랙아웃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전력 주무부처 장관이 이 정도까지 말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국정철학 공유 등 뜬구름만 잡으며 인선 작업을 지연하는 것은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삼척동자도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터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전력난을 극복하는 것, 올 여름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수장이 없는 공기업들이 ‘시스템’만으로 굴러갈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최근 한 에너지 공기업의 직원은 “내부적으로도 지금과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를 총괄할 수 있는 리더가 빨리 오지 않으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며 “직원들도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라는 ‘대형 사고’를 쳤다. 하루빨리 수습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순리다. 국정철학 공유만 운운하지 말고 국민이 느끼는 불편과 불안감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와 청와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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