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물론 신흥시장, 재정위험국까지 전 세계 각국의 금리가 줄줄이 급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제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시대는 종말을 고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영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1일에만 해도 연 1.63% 수준이었으나 5월 말엔 2%대로 상승(연 2.13%)했고 24일엔 연 2.54%까지 급등했다.
이런 금리 급등은 미국 경기의 호전 추세가 확연해지면서 연준이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말 연 2.06%에서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내고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발표한 다음 날인 20일 연 2.33%로 상승한 데 이어 24일엔 연 2.49%로 올랐다.
영국도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 연 2.22%에서 24일 연 2.53%로 올랐고 독일은 연 1.51%에서 연 1.81%, 프랑스는 연 2.07%에서 연 2.45%로 각각 상승했다.
아시아의 신흥시장국가 중에선 인도네시아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 연 5.98%에서 연 7.23%로 급등한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금리도 줄줄이 급등했다.
한국에서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달 말 연 3.12%에서 24일엔 연 3.68%까지 오른 상태다.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도 러시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달 말 연 3.51%에서 최근 연 4.71%까지 상승한 것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중국도 모두 예외 없이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금리의 상승추세는 심지어 재정이 취약한 이른바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말 연 9.39%에서 최근 연 11.60%까지 치솟은 상태이고 아일랜드는 연 3.74%에서 연 4.26%, 포르투갈은 연 5.61%에서 연 6.80%, 스페인은 연 4.44%에서 연 5.12%로 각각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전 세계 금융시장 내 자금 흐름의 방향을 뒤바꾸는 것은 물론 재정취약국의 국채이자 부담이나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특히 이런 금리 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부양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의미가 없어졌으며 나아가 저금리시대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이 지나면 금리의 급등추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는 이미 사라진 상태"라면서 "과거와 같은 저금리 시대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