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의 완승이었다.
세계 최대 항공 전시회인 파리 에어쇼가 17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는 당연히 세계 항공산업의 양대산맥인 보잉과 에어버스 간의 수주 경쟁이었다.
업계 선두인 보잉을 제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브레지에 CEO가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아직 개막 하루밖에 안 됐지만 초반 분위기는 에어버스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브레지에 CEO는 이날 파리에어쇼에 참석해 “A350 모델로 트윈 엔진을 장착한 대형항공기(와이드바디)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어 “계속 열심히 한다면 에어버스가 시장을 선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의 자신감은 보잉에게는 부담이다. 대형항공기 시장은 현재 보잉이 드림라이너 777모델과 787로 주도하고 있지만 에어버스 총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에어쇼에서 에어버스는 하루 만에 183억 달러어치의 항공기 수주에 성공했다. 미국 비행기 리스회사 ILFC로부터 A320네오 모델 50대를 50억 달러에, 루프트한자로부터는 100억 유로에 A320 모델 100대를 주문받았다.
항공기 파이낸스그룹 도릭과는 80억 달러의 규모의 A380 점보 항공기 20대를 주문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실상 263억 달러 어치의 항공기 수주에 성공한 셈이다.
반면 보잉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기 자회사 GECAS와 카타르 항공으로부터 총 61억 달러어치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에어버스는 지난 1분기부터 항공기 인도 수량에서부터 주문량까지 보잉을 제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버스가 보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A350 이외에 보잉을 능가하는 트윈엔진 장착 와이드 바디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제품 가격을 낮춰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른 모델에 비해 A380의 주문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도릭이 이날 20대의 A380을 구입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사실상 올해 받은 주문 중에서 확정된 A380 주문은 없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대해 브레지에 CEO는 2015년까지 인도하기로 한 A380 주문이 25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이 벼랑 끝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아직 우리 주머니에 납품해야할 A380이 많다”고 답했다. 그러나 브레지에도 A380의 주문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2015년까지 30대의 A380을 인도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