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이다. 가수 이승철(46)이 오랜 공백을 깨고 정규 11집 앨범 ‘마이 러브(My Love)’를 18일 발매했다. 타이틀곡 ‘마이 러브’를 비롯해 총 10개 트랙이 빼곡히 실린 이번 앨범을 통해 그는 안정 대신 변화를 택했다. ‘이승철’이란 이름에서 흔히 기대하는 음악에 머무르지 않고 기꺼이 도전을 즐겼다. 사운드의 정수를 살리기 위해 총 5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앨범 발매를 앞둔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의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앨범 색깔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더 새로운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많은 분들이 원하는, 늘 하던 노래를 발표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죠.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는 전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이승철의 밴드 멤버들이 교수로 있는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08학번 학생들의 작품 2곡이 실렸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시도한 힙합 스타일의 곡 ‘늦장 부리고 싶어’와 재밌는 가사가 돋보이는 ‘40분차를 타야 해’다.
“실용음악과 전공자가 수없이 많지만 그중 데뷔하는 친구는 극소수에 불과해요. 학생들에게 40곡을 받았는데 그중 히트할 만한 곡이 30곡은 되더라고요. 수준이 높은데 빛을 못 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우리 가요계에 가수에 비해 작곡가가 부족한데 이런 시도가 신선하고 좋은 음악을 발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슈퍼스타K’ 심사위원을 할 때도 느꼈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많아요.”
지난 4월 발매된 ‘가왕’ 조용필의 정규 19집은 이승철에게 커다란 자극을 줬다. 티저 영상을 보는 순간 받은 충격이 그를 뒤흔들었다.
“조용필 선배도 저렇게 열심히 활동하는데 저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밤을 새고 앨범을 다듬었어요. 선배의 음악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힘이 있어요. 존경스럽고 부러운 분입니다.”
이승철은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4’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의도치 않게 ‘어서와~’란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그는 이것을 ‘천운’이라고 표현했다.
“제 이미지를 젊게 만들어 준 굉장히 고마운 일이죠. 그런 건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어서와’를 통해 10~20대 친구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어요. 이번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 때 ‘어서왕’ 선발대회도 열 계획입니다.”
11이란 숫자에서 10을 빼면 1이다. 이처럼 정규 11집 앨범은 이승철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날로그 작업이 사라지기 시작하던 12년 전 스튜디오를 만들었는데, 왜 막차를 탔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어요. 제가 나이 들어서 아무도 앨범을 내주지 않을 때 제 손으로 앨범을 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죠. 음반보다 음원이 대세라고 해도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은 변할 수 없어요. 저는 죽을 때까지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