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력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학교수 부부가 연극을 기획, ‘에너지 절약’ 홍보에 앞장서고 있어 화제다.
“자신이 쓸 전기는 각자 힘으로 생산하도록 하고 전 국민을 에너지 노예로 만드는 긴급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관악고등학교 강당에서 첫선을 보인 연극 ‘지구를 지켜라’의 대사 내용이다.
이 작품은 한화택(56)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와 이화원(55)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 부부가 함께 기획해 만들었다.
한 교수는 17일 “학생들에게 에너지와 지구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강연을 기획하면서 쉽게 다가갈 방법을 찾다가 ‘연극 형식을 빌리면 어떻겠냐’는 아내의 제안에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노예’라는 부제가 붙은 이 연극은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극중 정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 에너지가 모두 바닥난 상황에서 국민에게 자신이 사용할 전기는 직접 만들어 쓰도록 하는 법(法)을 만든다.
이 법은 모든 국민을 ‘에너지 노예’로 만들어 인력을 이용해 전기를 발전하고 축적한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국가에너지비상대책위원장과 비서 역을 맡은 전문 배우 2명이 무대에서 이런 상황을 연출한 뒤 현재 에너지 상황 전반에 대한 보고를 듣기 위해 ‘박사님’을 부른다.
그러면 국민대 에너지인력양성센터의 장경진 교수가 무대에 올라 에너지·과학·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의를 ‘보고’ 형식으로 10여분간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일본과 비교하면 10배 정도 많습니다. 앞으로 그린에너지 연구를 통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박사님’의 보고가 끝난 뒤 무대에 설치한 개인용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직접 생산, 빔프로젝터를 통해 스크린에 영상을 상영한다.
발전기는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생산되는 자전거 형태다.
이때 배우들은 무대 밖으로 나와 학생들을 ‘에너지 노예’로 잡아 무대로 데려와 직접 페달을 밟도록 참여시킨다.
관악고 3학년 박소엽(18)양은 “연극의 구성이 재미있고 자전거 형태의 발전기를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했다”며 “에너지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윤(18)군도 “매일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앞으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를 지켜라’는 18일 서울 방산중학교에서 2차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