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시장이 헤지펀드의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베 신조 총리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핫머니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강력한 경기부양책 효과로 6개월간 80%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7.32%가 빠지는 13년 만의 대폭락을 경험한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다시 6.35% 급락했다.
최근 발표한 아베 총리의 성장전략 3탄이 시장에 호감을 주지 못한데 이어 일본은행(BOJ)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일본증시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 동안 선진국의 금융 완화로 덩치를 불린 핫머니가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는 아베 총리 발언을 호재 삼아 엔화를 파는 대신 일본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6개월간 해외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초과액은 10조 엔(1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중 50∼60%가 헤지펀드 자금으로 추정된다.
마루야마 순 BNP파리바 일본주식 수석전략가는 “올해 일본 시장에 유입된 800억 달러 중 80∼90%가 핫머니일 것”이라며 “일본은 선진국이지만 주식시장은 핫머니의 동향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신흥국 시장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몰려간 헤지펀드는 일본의 정책 동향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22일 양적완화 조기 축소를 시사한 다음날 닛케이지수는 1143포인트 폭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달 초 100엔선이 붕괴된 데 이어 13일 장중 93.79엔까지 밀리며 지난 4월4일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일본 당국자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은 주가 급락에 대해 “해외 요인 때문에 국내의 경제 지표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주시하겠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