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측은 이날 중으로 회담에 참석할 5명의 명단을 우리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관건은 북측의 수석대표로 누가 나오느냐다. 현재로서는 김 통전부장이 수석대표로 회담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 정부는 전날 새벽까지 이어진 실무접촉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 파트너로 김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남북 현안의 포괄적 논의를 위해 과거 장관급 회담 때 북한 내각의 책임참사(국장급)가 수석대표로 나오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여기엔 남북관계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 ‘장관급’을 내보낸 적이 없었다는 관례를 들어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자”고 맞서면서 우리 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는 “당국자 간에 격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상호신뢰가 어렵다”며 북측을 직접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외교안보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국자 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격(格), 그런 격들로부터 신뢰가 싹트지 않겠냐”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국제 스탠더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의 대표로 ‘상급 당국자’ 대신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 통선부장을 보내줄 것을 재차 촉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저쪽에서는 국장 나오는데 우리는 장관 나가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언급해 김 통선부장이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당국회담이 실·국장급 회담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북측이 보내오는 대표단 명단에 맞춰 류 장관보다 급이 낮은 인사를 내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 수석대표로 원동연 통일선전부 제1부부장, 맹경일·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측은 통일부 차관이나 1급 실장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말 이후 6년만에 서울에서 12~13일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게 됐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장관급 레벨’ 유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1박2일 내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더욱이 회담 의제 설정과 접근법을 놓고 남북이 강경하게 맞서면서 현안 논의에 있어서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우리 측은 합의하기 쉽고 의견 절충이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남북당국회담 한번으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남북간 현안이 협의·타결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반면 북한은 남북 공동합의 의제인 이산가족, 개성공단, 금강산 등의 현안과 자신들이 주장하는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민간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문제 패키지로 묶어 일괄적인 타결을 시도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6·15 행사 등 민간사업애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민간 왕래와 협력사업 추진 등이 5·24 조치 해제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비핵화를 의제로 다루지 못할 경우 서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