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에 장관급인 임종룡(54) 전 국무총리실장이 내정됐다. 전산 분리와 수익 제고, 조직 안정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임 내정자가 제한된 권한을 어떻게 극복하고 농협금융을 정상화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임 내정자가 고려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경영 관여. 전임 신동규 회장이 중도 사퇴를 선언한 이유도 중앙회의 잦은 경영 간섭과 구조적인 갈등을 꼽을 만큼 임 내정자가 향후 농협금융을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경영에 제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일제히 사퇴한 농협중앙회 임원들의 후임 인사에선 최원병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최 회장이 2년간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을 차단하기 위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향후 농협금융에 대한 중앙회의 경영간섭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임 내정자는 언론을 통해 "농협금융 경영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이견이 있더라도 대주주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기본적으로 지분의 100%를 중앙회가 가진 지배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중앙회의 친정체제가 강화돼 농협금융의 자회사들이 임 내정자를 생략하고 중앙회와의 결속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협금융의 악화된 수익 개선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농협금융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1538억원에 그쳐 총자산 252조원의 국내 5대 금융지주사로서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 연초 두번이나 발생한 금융 전산사고 방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산분리 및 전산센터 건립 또한 시급한 과제다.
이 가운데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도 농협 노조와 풀어야 할 숙제다. 임 전 실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지냈다.
신동규 전 회장도 한 동안 농협중앙회 노조로 부터 출근 저지를 겪은 바 있다. 허권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정통관료 출신이 회장으로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통관료 출신이 온다는 것은 신(新) 관치의 시작이라고 밝혀 임 내정자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때문에 금융권은 임 내정자가 취임 초 리더쉽을 통해 현안 과제의 매듭을 풀어갈지가 향후 임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