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방망이’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3일, 혼란 속에 빠진 재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제시될 때 만해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창조경제를 말하면서 기업 규제의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에게 ‘근혜노믹스 100일 성적표’는 침울하기만 하다. 최근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사정·감독기관들이 총 출동해 비자금 조성, 역외 탈세 등 대기업을 옥죄고 있고, 오늘부터 시작된 임시국회에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에너지·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甲)의 횡포’,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 조세피난처 이용 역외 탈세 의혹, 자녀의 부정입학 등 일련의 상황은 재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문은 공정위가 유통·광고업계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다. 임시국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법안 통과가 유력해 전 분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남양유업, 서울우유,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일기획, 대홍기획 등 유통 및 광고업계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4월에 처리되지 못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일명 프랜차이즈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과 함께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추진되는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안,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 등을 심의한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세피난처 이슈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이 통과될 경우 설상가상으로 기업경영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여·야가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기업들은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라며 “처벌 조항이 과중하거나 지나친 규제를 포함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기업들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