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이 실적 악화에도 금전 대여를 통해 자회사나 계열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자금 돌려막기’ 성격이 강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자칫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자금난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금전대여 관련 공시는 총 2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액으로 보면 증가추세는 훨씬 뚜렷하다. 올해 대여금 총액은 8510억816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17억2189만원과 비교하면 6.46배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자금 대여 기업 27개사 가운데 서원인텍, 휴맥스홀딩스, 흥아해운 등 8개사를 제외한 19개사가 적자상태거나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른바 실적 악화기업이라는 점이다.
한국자원투자개발은 27일 엠씨엠코리아에 50억원의 금전대여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 대비 39.5%에 달하는 금액으로 대여 목적은 “DR콩고 무소쉬 동광산 개발을 위한 투자금”이다.
엠씨엠코리아는 DR콩고 무소쉬 동광산 개발을 위해 2012년에 설립된 회사로 자산총계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더 주목되는 점은 한국자원개발이 타법인에 금전을 대여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자원개발은 지난해 24억3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대성합동지주 지난 15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계열사 대성산업에 자기자본 대비 4.44%에 440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대성합동지주는 지난해 1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대비 65.1% 감소한 상황이다. 금전을 빌린 대성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한 데 지난해 3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이밖에 우진은 자회사 우진엔텍에 41억7000만원을, 청호컴넷은 계열사 평립에 80억원을 대여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