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대통령 실명 거론하며 원색 비난…남북관계 더 악화되나

입력 2013-05-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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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쏟아내며 모처럼만의 대화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박 대통령의 핵 병진전략 비판에 거칠게 반박하는 북한의 태도가 중국 특사 파견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행보와는 상반된다는 점이다. 이같은 북한의 이중 플레이 행태에 남북관계는 더욱 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지난 25일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의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망발”이며 “극악한 대결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괴뢰대통령 박근혜” 또는 “박근혜”라고만 호칭하고 “요사스런 언행”, “악랄한 흉심”, “분수없는 악담질” 등의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전날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도 박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지칭하면서 “기만적 정체가 여지 없이 드러났다. 이번 망발은 대결에 환장한 나머지 이성도 체면도 다 잃어버린 정신병자의 무분별한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의 이같은 막말·실명 비난은 지난 23일 박 대통령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맞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 이후엔 남북관계가 좀처럼 대화와 타협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4월 노동신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후 금강산관광지구에서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북한이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는 대화의 제스처를 취하면서는 남한 정부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강온 전략’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만큼 남북관계에서의 경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도 북한이 ‘이명박 괴뢰’라는 표현을 쓰면서부터 남북관계가 원상회복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며 “북한이 박 대통령에 대해 실명비판을 했다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다음달 7∼8일과 하순으로 예정된 미·중, 한·중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가의 연쇄 접촉이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 중요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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