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STX 구조조정…혹독한 긴축요구 뒤따를듯

입력 2013-05-1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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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14일 우여곡절 끝에 타결됨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STX그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날 긴급자금을 수혈한 ㈜STX는 자체적으로 무역에서 매출을 올리는 회사지만, 이보다는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로서 그룹 구조조정에 큰 상징성을 띤 곳이기 때문이다.

자율협약 타결로 STX그룹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하기에는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대가로 혹독한 긴축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채권단, ㈜STX 지원으로 선회…정치적 부담 작용한 듯

지난 3일 STX중공업·STX엔진과 함께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에 대해 채권단은 그동안 줄곧 협약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굳이 지주회사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시각과 더불어 어디까지나 개인이 투자 책임을 져야 하는 회사채까지 지원하는 건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정책의 영향권에 놓인 주채권은행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제외한 우리·농협·신한 등 나머지 채권금융기관은 이런 이유로 ㈜STX에 대한 자율협약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산은에 협약 동의서를 내지 않고 버티던 채권단이 막판에 자금 지원으로 돌아선 건 다분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서라고 금융권은 분석했다.

출범 초기부터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는 정부로선 재계 서열 13위의 STX그룹이 무너지면서 몰고 올 엄청난 파장이 부담스러워 채권단에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TX 조선소가 있는 경남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그룹을 꼭 살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금융당국도 최근 채권단을 불러모아 ㈜STX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부터 STX 주력 계열사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며 "채권단도 언제까지 시장 원리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회사채 지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STX 자율협약이 타결된 만큼 오는 16일로 동의서 제출 기한을 정한 STX중공업[071970]과 STX엔진의 자율협약도 무난하게 타결될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도 ㈜STX 등의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와 이를 놓고 채권단 사이에서 갈등이 반복될 우려는 남았다.

◇채권단 실사도 고비…자산매각·인력감축 요구받을 듯

이날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결제할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STX는 일단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가뭄의 단비'가 됐다. 이번에 지원이 불발됐으면 ㈜STX는 매일 8천만원씩 연체 이자를 물어내야 할 판이었다.

자율협약에 참여한 5개 채권금융기관은 각자 채권 규모에 비례해 회사채 결제 대금 2천억원과 긴급 운영자금 1천억원 등 3천억원을 ㈜STX에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율협약 타결로 모든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두 번째 고비는 채권단의 자산·부채 실사다.

채권단은 조만간 실사단을 꾸려 2~3개월간 ㈜STX의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은 부실은 없는지,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한지, 상환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철저히 따질 계획이다.

애초 자율협약에 달가워하지 않았던 채권금융기관 사이에선 실사 도중 문제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자율협약을 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류희경 산은 부행장은 지난 3일 "실사를 했는데 불행히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많아 더 지원을 하더라도 정상화하기 어렵다면 자율협약을 중단한다"고 공언했다.

채권단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원칙에 따라 STX 측에 혹독한 긴축 요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각이 난항을 겪는 STX팬오션[028670]을 비롯해 STX에너지 지분을 팔고, 나아가 중국, 프랑스, 핀란드에 있는 현지법인(조선소)까지 처분해 돈을 갚으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임직원 임금 삭감은 '당연지사'이고,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이나 강덕수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STX그룹은 최근 임금 삭감·동결, 조직 슬림화, 임원 축소, 경비 절감, 복리후생 축소, 자산 매각 등의 자구책을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채권단은 지적했다.

STX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선박 인도대금으로 올해 3조5천억원, 내년에 3조원이 들어온다"며 "계열사 매각 대금까지 더하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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