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엔저 공습이 시작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환차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국내 주요기업의 대표적인 수출분야인 전자와 자동차는 각각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엔저에 대응하고 있다.
먼저 일본 기업과 상대적인 격차를 두고 있는 전자업계는 엔저로 인한 타격이 덜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이미 소니와 파나소닉으로 대변되는 일본 전자업체와 큰 격차를 두고 있다.
오히려 엔저로 인해 전자부품 수입에 적지않은 환차익을 누리고 있다. 엔저로 인해 원가부담을 덜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정 화폐의 급격한 변동에 영향 받지 않는 통화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엔저 리스크를 피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전세계 100여 곳이 넘는 곳에 현지법인과 자회사 등을 두고 있다. 달러와 유로, 엔화, 위엔, 루피 등 거의 모든 주요 통화를 이용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느 특정 화폐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사업손실을 서로 상쇄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른바 ‘내추럴 헤징(Natural Hedging)이라 불리는 기법이다. 다만 향후 이어질 엔·달러 환율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자동차 업계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최근 일본차 메이커는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기 보다 환차익으로 인한 이익이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가격경쟁력이 더해지고 다시 판매가 늘어나는 선순환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주요 시장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지난 4월 기준 현대·기아차는 미국 소형차와 준중형차 시장에서 각각 일본차를 앞질러 분야별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일본차가 약진하고 있지만 한국차 역시 미국 시장에서 견고한 판매기반을 이미 구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환차익을 앞세운 일본차 업체들이 향후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들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토요타가 대대적인 할인에 나선 것도 엔저로 인한 환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는 제품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7년 라이프사이클 구조의 일본차와 달리 현대기아차는 5년마다 신차를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빠른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중국과 미국 등 상대적으로 일본차보다 우위에 있는 지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반일감정이 존재하는 중국의 경우 일본차보다 우리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앞선다. 미국에선 이미 일본차에 모자람이 없는 제품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은 자동차 사업을 할 때 감안하는 수많은 변수 가운데 하나”라며 “지역별로 적절한 대책을 세운 만큼 조만간 엔저 리스크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