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습으로 국내 주요 수출 산업이 치명상을 입었다. 지난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자동차·철강 분야의 대기업들은 엔저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1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철강·조선·기계 부문의 수출량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등 엔저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무역 구조상 지난 1분기엔 환율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만큼 2분기부터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 달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 통계를 살펴보면 13대 주력품목 중 선박 부문의 수출량은 3월 대비 44.8%나 하락했다. 자동차와 철강 부문도 2.4%, 13.6%씩 빠졌다.
엔저 현상에 따른 자동차, 철강 부문의 수출 경쟁력 약화는 관련기업들의 지난 1분기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매출액은 21조3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7%나 줄어든 1조8685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늘어나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체질은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기아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7042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35.1%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1조848억원으로 6%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모두 엔저가 시작된 작년 9월 이후 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엔저로 일본 경쟁사들의 수출량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우리 기업의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점점 불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철강 기업들의 1분기 성장세도 주춤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64조원으로 2조원 낮춘 포스코는 1~3월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4.7%, 10.6%씩 하락한 7170억원, 14조582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 측은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엔저 영향’을 꼽고 있다. 그러면서 엔저 장기화로 인해 2분기 및 3분기 실적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20%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16억원(-21.2%), 매출액은 2조7804억원(-21.7%)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