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을 둘러싼 먹구름이 걷히는 것일까. 주요 중채무국의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럽의 돼지들(PIIGS)’로 지칭되며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주도했던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는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높은 부채 비율과 재정적자로 국가 부도설이 제기됐지만 최근 국채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지난해 7월 30%에 가까웠던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3일 9.80%로 마감하면서 1년여 만에 국채 금리가 3배 가까이 떨어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지난해 7월 말 국채금리는 각각 6.60%와 7.62%를 기록했으나 지난 3일에는 3.82%와 3.04%로 떨어졌다.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해 7월 10.98%에서 5.50%로 절반 수준으로 내렸다. 중채무국의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유로존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중채무국의 금리 하락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노력이 있었다. 중채무국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ECB가 채무국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채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일본의 공격적 경기부양 정책 때문에 일본으로 향했던 투자자금과 유로존을 떠났던 1000억 유로 규모의 민간자본 역시 유로존을 찾았다. 여기에 정국 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탈리아가 최근 대연정 구성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국채 금리 하락을 거들었다는 평가다.
ECB의 노력으로 유로존의 국채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탈리아가 중도 좌파 민주당의 엔리코 레타 총리를 중심으로 중도우파와 대연정을 구성해 정국 혼란이 일단락됐지만, 대연정 구성을 반대했던 군소정당의 반발로 다시 정국이 소용돌이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탈리아의 불안한 새 내각 출범을 반영하듯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이전과 같은 ‘Baa2’로 유지했다. 고용지표도 신통치 않다. 지난 3월 유로존 실업률은 전월보다 0.1% 포인트 상승한 12.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 구매관리지수(PMI)도 4개월래 최저치인 46.7을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ECB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인하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요에르크 로콜 유럽경영기술학교(ESMT) 학장은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는 유럽의 절박한 몸부림”이며 “ECB의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