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신흥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국가에서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손실을 우려한 대형 상업은행들이 중동과 아시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런던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은 결정은 규모 대비 비용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이 상업적 이익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는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의 일부 국가에서 현지 사업을 철수했다. 현지 사업 파트너와의 제휴가 더이상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고성장을 지속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제휴 관계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SBC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HSBC는 지난해 멕시코에서 자금 세탁 혐의로 19억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HSBC는 이들 지역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어떤 사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판단할 방침이다.
씨티그룹의 멕시코 법인 역시 지난 3월에 자금 세탁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이와 관련 조사 결과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지만 자금 세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증폭한다면서 규정을 준수할 것을 명령했다.
자금 세탁 위험은 환거래 서비스를 시행하는 은행에서 특히 높다. 이들 은행들이 대형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다국적은행들은 현지 금융권과 협력해 환거래·무역금융 등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흥시장 은행권의 글로벌 진출도가 낮고 글로벌 은행권은 현지 은행들과의 제휴에 의존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당국의 감독이 쉽지 않았다.
환거래 서비스는 지난 30년간 증가 추세를 나타내다 다국적 은행의 포괄적 서비스로 주춤했으며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지난 1~2년에 걸쳐 다시 확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FT는 이와 관련 HSBC·씨티그룹·SC·JP모건이 글로벌 무역금융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 세탁에 대한 당국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