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라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거래세 부과 등 각중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품은 주식워런트증권(ELW)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유동성공급자(LP) 호가제한 제도를 시행했다. 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기 전에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호가를 내는 것은 방지하기 내용이다. 이에 지난해 초 1조원을 넘어서던 ELW 일평균 거래대금은 9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1년도 채 안 돼 10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코스피200옵션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시장에 개인투자자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코스피200옵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올렸다. 이에 지난해 코스피200옵션 거래량은 전년대비 57.1%나 급감했다.
아직까지 전 세계 주가지수 옵션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위인 인도의 S&Pcnx nifty옵션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수년내 이 자리마저 내어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파생상품에 대한 각종 규제로 투자자의 이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올해부터 국가·지자체에도 증권거래세가 부과됨에 따라 국가·지자체의 차익거래 위축으로 코스피200선물·옵션의 거래 감소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부과 추진 = 엎친데 덮인 격으로 정부는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일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 선물 0.001%, 옵션 0.01%의 세금을 각각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파생상품 거래세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본회의에 상정도 못하고 폐기됐다. 이후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총선 때는 여야 정치권까지 공약으로 내걸면서 불을 지폈다.
정부 측 주장은 간단하다. 코스피200 옵션시장이 세계 1위 시장(거래량기준)으로 성장했지만 과열 측면도 있기 때문에 투기 억제와 세수확보를 위해서는 거래세를 부과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세가 부과되면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파생상품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논의는 ‘우는 아이 뺨 때리기’ 격이란 주장이다.
A증권사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개미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를 잡겠다며 코스피200지수 옵션거래 승수를 기존보다 5배 올렸지만 그 효과는 없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규모는 오히려 소폭 늘어났고, 투기적 거래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선물과 옵션 거래세 신설 시 투자자에게는 최소 20% 이상의 비용을 유발시켜 선물과 옵션 거래대금은 각각 22%, 12%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