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폭탄 돌리기인가(?) = 정부가 제시한 구제책은 캠코가 3개월 이상 연체된 하우스푸어의 1·2금융권 부실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채무자의 동의 아래 모두 매입하고 환매조건부로 주택 지분을 일부 넘겨 받는 방식이다.
또 연체는 없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 주고 그 기간 동안 은행 대출금리 수준의 이자만 내도록 했다. 하우스푸어 등의 지원으로 총 1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금융당국은 정부재정 투입이 아닌 캠코의 재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실상 그 자금의 출처가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캠코가 적자를 내고 자본금 잠식이 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혈세투입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도 문제다. 캠코가 매입할 부실채권 대상도 ‘3개월 이상 연체자’라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구는 3만 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예상외로 시장과 금융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우스푸어란 주택을 갖고 있는 데다 무리하게 빚을 낸 책임이 있는 만큼 공적자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투기적 목적으로 집을 마련한 사람을 선별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을 산 사람이 하우스푸어가 된 만큼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책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 = 정부 대책이 예상대로 현장에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방침대로 금융사들이 캠코와 주택금융공사에 연체 채권을 넘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담보 설정을 통해 안전장치를 해 놓은 물건의 채권을 연체가 됐다는 이유로 헐값에 넘기겠느냐는 것이다. 회수불능 등 최악의 경우 경매를 통한 방법도 있는 만큼 정부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캠코와 주택금융공사가 채권을 매입하는 가격이 정책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대책발표에는 가격 부분은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주택을 임대주택 리츠에 매각한 뒤 5년간 임차해서 살다가 다시 매입하는 제도 역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주택 매각으로 대출금 상환은 가능하겠지만 가계의 자산증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5년 뒤 다시 매입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아서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대출이자와 임대료 간의 변별력이 없다는 점도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방안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렌트푸어를 위한 이 대책은 임차인이나 임대인 모두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임차인은 저신용자일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이자를 내도록 맡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대출분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나 소득공제 혜택 역시 유인책으로는 약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실효성을 중시했다기보다는 임시방편용의 성격이 강하게 느껴진다”면서 “과도한 재정지출 우려도 있고, 잇따른 서민가계 대책과 맞물려 형평성 논란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추진과정에서 정책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