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출시된 재형저축은 ‘비과세와 고금리’ 두 가지 문구로 고객을 유혹하며 출시 첫날 단숨에 29만 계좌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한 달 후인 지난 5일 재형저축 가입계좌는 7분의 1 수준인 4만계좌로 급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 생각보다 받는 혜택이 적을 것이란 입소문이 퍼진 탓이다.
금융당국이 서둘러 향후 최저금리보장형·고정금리형 상품을 내놓겠다고 대책을 제시했지만, 이미 수십만명이 가입한 상황에서 뒷북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속았다는 반응이다.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비과세 고금리 혜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한이 많아 오히려 시중은행의 예·적금이나 상호금융의 비과세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카드 가입 등의 부가조건이 꽤 많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사실 재형저축이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지적은 출시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권에서는 약정금리 3년 적용, 7년 이상 가입시 비과세 혜택 등을 이유로 들며 소비자 혜택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재형저축의 출시로 정책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기획재정부의 장단에 맞춰 상품의 구조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일단 조기에 상품을 내놓는데만 치중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최초 가입 3년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면 소비자의 이자수익이 어느 정도일지, 비과세를 위해 7년간 유지하는 비율이 얼마가 될지 등에 대해선 방관했다.
기존의 장기주택마련저축의 비과세를 없애고 이를 재형저축으로 단순히 옮겨 놓는 등 서민금융 지원 활성화라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기계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금융 패러다임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한 지 오래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를 중심으로 한 따뜻한 금융을 선포한 초심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