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과대학 등록금 부담이 커지면서 의사들이 ‘돈이 안되는’ 특정분야로의 진출을 꺼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의료제도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역시 지난해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답변하는 가운데 “아들이 의과대학에 다니느라 떠안게 된 등록금 빚만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에 달한다”라며 부담을 토로했다.
미국의과대학협회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사립 의과대학 등록금은 5만309달러(중간값 기준)다.
사립 의과대학에 다니려면 등록금을 포함해 연간 27만8455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보다 다소 저렴한 국공립 의과대학에 다니려면 연간 20만7868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의과대학 졸업자들의 빚은 1인당 17만 달러에 달했다.
의과 대학 등록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의 인기는 사르러들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의과대학 지원자는 3만3772명으로 사상 최고 규모에 달했다. 10년 전인 2002년 2만4884명에서 1만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는 지난해 1.5% 늘어난 1만9517명으로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수명연장·인구고령화 등으로 2025년께는 의사가 13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의과대학 등록금은 의대생들의 빚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돈벌이가 안되는 의료분야로의 진출을 막게 되고 의사가 이미 부족한 특정 분야에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데이빗 스코튼 코넬대학 총장도 의과대학을 다니느라 진 빚을 완전히 갚는데 무려 20여년이 걸렸다.
심장전문의로 노스웨스턴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의대 등록금을 빌려주는 것은 엄청난 투자가치가 있다”며 의대 등록금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의과대학을 비롯한 대학원 등록금의 이자는 연간 6.8∼7.9%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0년짜리 국공채는 물론 주택담보대출·자동차 할부대출금 이자보다 훨씬 높다. 담보나 신용기록없이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의대 졸업생들은 돈 벌이가 안되는 소아과·암전문의와 같은 기본적인 의료분야로의 진출을 꺼리게 또다른 사회문제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의과대학 졸업자의 27%가 등록금 빚을 감안해 전공을 선택한다고 진단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 이자를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