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재인 의원직 사퇴하라는 민주당, 정신 차려라 -김지호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4-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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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평가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쇄신의 기대감을 높이던 민주통합당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과 국민적 신뢰의 저하가 여전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400여 페이지 분량의 대선평가보고서를 공개했을 때만해도 참 참신했다. 뒤늦게나마 대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국민의 신임을 회복하자는 민주당의 강한 의지도 느껴졌다. 보고서는 당내 계파갈등 등 민주당의 대선 패배의 원인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민주당을 이끈 지도부가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고 공개적으로 ‘내 탓이오’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공개된 뒤 민주당은 다시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복해있던 친노·범주류와 비주류 세력 간의 갈등이 보고서를 계기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특히 보고서에서 유약한 리더십과 정치적 역량의 한계를 지적받은 문재인 전 대선후보 쪽 주류 측 인사들은 ‘문재인 죽이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비류주에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를 보니 실망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하다. 대선이 끝난 지 4달이나 지난 상황에서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가 과연 민주당의 대선 패배 상처의 봉합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에서다. 계파 간 갈등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도 다시 이를 계기로 계파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정당에 어떤 국민이 신뢰를 보낼지도 궁금하다.

민주당은 ‘60년 전통의 제1야당’임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얻을 정도로 국내 정치에서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눈치를 보느라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선거 때만 활동하는 ‘휴면정당’으로 남지 않으려면 당장 계파싸움을 중단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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