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취약한 오너의 지배지분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민주화 바람 속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지주사 전환 카드를 빼들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일 한솔제지는 지주사 전환을 목적으로 회사를 세 개로 쪼개는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대한항공도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 결정을 내렸다. 동아제약, 한국타이어, 한국콜마는 인적분할 후 재상장한 상태다.
알짜배기 중견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는 이유는 취약한 오너의 지분율을 강화함과 동시에 순환출자구조를 해소, 지배구조를 단순화 해 일감몰아주기 등 경제민주화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기업들 중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곳이 많다. 한솔제지는 조동길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7%에 불과하다.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11.1%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 역시 윤동한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19.44%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지주사 전환 기업은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해 현금 대신 지주회사의 신주를 발행하는 지분 스왑(Swap) 과정을 거친다. 이 방식을 선택하면 교환비율에 따라 기존에 가진 사업회사 주식보다 더 많은 지주사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주식스왑을 거치면 조동길 회장 및 강신호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20%, 32% 가량으로 늘어난다. 윤동한 회장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 역시 40% 가량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도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을 부채질 하고 있다. 현재 한솔그룹은 ‘한솔CSN→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있다. 지주사 전환 후 한솔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한솔홀딩스)→자회사(한솔제지 등 13개사)→손자회사’로 단순화 된다.
한진그룹 역시 이번 분할을 통해 ‘한진→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한진’에서 ‘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한단계 줄어든다. 한진그룹은 완전한 지주사 체제로 출범하기 위해 대한항공 또는 한진과 정석기업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은 오너의 경영권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단순화로 인한 기업의 투명성 재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배구조를 개선을 통해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과세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