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위공직자들의 자산관리 키워드는 절세(節稅)였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산관리 시장에 ‘빨간불’이 켜지자 투자위험을 대폭 줄이고 현명한 세테크를 통해 숨어 있는 ‘플러스 알파(+α)’ 수익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채, 유전펀드, 물가채 등이 쇼핑 목록에 올랐으며, 지난해 말 가입자에 한해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는 즉시연금도 서둘러 사들였다.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업종별 대표 종목들을 모두 담고 있어 분산효과가 뛰어난데다 낮은 수수료로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매력이 고위공직자들을 끌어들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2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장은 유전펀드인 ‘한국앵커(Ankor)유전’을 1200주나 매수했다. 멕시코만 해상 유전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가장 큰 매력은 2014년까지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 액면가 기준 3억원 이하 원금애 대해서만 5.5%의 세금을 물린다.
세테크 대표상품인 브라질 국채도 큰 사랑을 받았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브라질 국채 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브라질 국채의 평균 기대수익률은 연 11%(중개수수료 및 토빈세 제외시 7~9%) 수준이다. 국내채권보다 액면이자가 더 높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 정부의 조세협약에 따라 토빈세(6%)만 내면 자본차익, 환차익이 모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물가연동국채인 ‘물가0150-2106(1억8830만주)’를 신고했다. 물가연동국채란 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뒤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말한다. 만약 1년 물가상승률이 3%일 때, 물가연동국채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원금은 1030만원으로 불어난다. 2014년까지 원금 증가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에‘안정성+수익성+절세’ 매력을 모두 지닌 팔방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기수 전 대통령비서관은 즉시연금에 8억3000만원이나 넣었다. 즉시연금은 지난해 말 가입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큰 인기를 모은 상품이다. 이 밖에 양건 감사원장과 김성진 한경대 총장은 부동산 펀드인 ‘맵스리얼티1’과 ‘맵스프런티어브라질’에 각각 투자했다. 월지급식 부동산 펀드는 수익이 분산되기 때문에 간접적인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섹터·지수·레버리지 ETF 등 다양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있기 때문에 매매가 편리한데다 주식형보다 수수료가 낮아 비용이 덜 든다. 다양한 자산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유명희 전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은 배우자 명의로 ‘타이거레버리지’를 지난해 2만5219주 추가 매수했다. 총 보유 주식수는 8만5219주다. 레버리지ETF란 지수가 오르면 2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향후 주식시장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매수한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역시 지난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코덱스200’을 513주 추가매수해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총 주식수는 627주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코덱스레버리지’와 ‘코덱스200’을 각각 90주, 176주 매수했다.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코덱스에너지화학’ 1500주, ‘코덱스 자동차’ 1500주 등 섹터 ETF에 투자하고 있었으며, 신승호 강원대학교 총장 역시 '코덱스은행’33주, ‘코덱스에너지’24주, ‘코덱스철강’31주, ‘코덱스조선’22주 등의 섹터 ETF를 더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