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맞춤 인재를 정확히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창의·통섭형(삼성)’, ‘숨겨진 진주형(현대차)’, ‘바이킹형(SK)’, ‘글로벌형(LG)’ 등 고유한 키워드를 내세우며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의 최창호 운영위원장은 “스펙보다는 끼와 열정을 우선시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채용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창의·통섭형 인재 찾기 = 삼성그룹은 2011년부터 창의적 인재 선발을 위해 ‘창의 플러스’ 전형을 도입했다.
‘창의 플러스’ 전형은 일반직 대졸 사원과 달리 필기시험이 없다. 대신 전형 에세이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한다. 이어 심층면접을 통해 기술과 창의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삼성은 올해부터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직무 특별채용을 실시하는 등 통섭형 인재를 발굴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 폭이 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스티브잡스 형’ 인재를 발굴하려는 의지다.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부터 도입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통해 인문계 전공자 200명을 선발한 후 실시하는 6개월의 소프트웨어 교육 수료자를 엔지니어로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9000명을 포함해 지난해와 비슷한 총 2만6100명을 선발한다.
◇현대차, “당신의 열정만 보여주세요”= 현대차그룹은 올해 공채부터 제2외국어, 주소, 증명사진 등 이력서의 일부 항목을 없앴다. 특히 모든 정보가 가려진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의(블라인드) 면접인 ‘5분 자기 PR’를 확대했다. ‘5분 자기 PR’ 시간에 자신의 열정과 끼를 발산한 우수자에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스펙에 가려진 지원자의 재능을 발굴하고, ‘숨은 진주’를 찾아 현대차만의 새로운 인재로 키우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7500명보다 200명이 많은 7700명을 새로 뽑는다. 이중 약 10%는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충원한다. 현대차는 그룹의 품질 및 R&D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침에 따라 엔지니어 및 기술 인력 채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는 ‘바이킹 챌린지’를 통해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선별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6개 도시를 순회하며 개인 오디션 형태의 예선을 진행한다. 예선 통과 후에는 합숙을 통한 미션 수행 능력에 점수를 매겨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바이킹 챌린지’ 지원서 양식에는 기본 정보를 제외하고 출신 학교, 학점, 자격증 등 어떤 기입란도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사진이나 문서, 동영상 등의 파일을 SK가 별도로 개설한 채용 사이트(www.skviking.com)에 업로드 하면 지원이 끝난다. 순수하게 사람만 보겠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바이킹형 인재들이 SK의 글로벌 성장과 신규 사업 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LG그룹, 인재 경영의 핵심은 ‘글로벌 스타일’= 구본무 회장이 최근 들어 ‘인재경영’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LG그룹은 세계화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다. 서류 접수는 계열사별로 다르지만 올해 역시 외국어 구사 능력에 가산점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LG는 10대 그룹 중 올해 가장 먼저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했다. 규모는 지난해 수준인 1만5000명이며, 특히 상반기 채용의 경우 지난해 3000명보다 늘릴 계획이다.
한편 구 회장은 글로벌 인재 유치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지난달엔 작년에 이어 LG전자, LG화학 등 8개 계열사 경영진을 이끌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찾았다. 이곳에 초청된 석·박사급 유학생 300여명에게 LG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비전 등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국적이나 학력, 성별에 관계없이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있는 곳은 어디라도 찾아 가겠다”며 인재경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