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소매업체 아마존닷컴이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되면서 ‘포스트 잡스’로 불리는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20년간 근무한 베테랑 찰리 킨델을 영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킨델은 지난 1990년 MS에 입사해 2011년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윈도미디어센터와 윈도폰 개발 플랫폼을 이끌었다.
킨델은 1일 링크드인에 아마존에서 ‘비밀 업무’를 맡았다고 프로필 내용을 추가했다.
그는 “아마존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새로운 팀을 꾸리고 있다”면서 “클라우드와 모바일 부문의 개발자를 비롯해 테스터·프로그램 매니저·상품 매니저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해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 속에 윈도폰 매니저 2명을 영입한 바 있다. 킨델까지 합류하면서 아마존이 스마트폰사업을 통해 삼성·애플과의 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마존이 킨들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해 여름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업계는 아마존이 애플의 아이폰 부품 공급업체인 팍스콘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킨들 스마트폰 출시설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해 11월 베조스 CEO는 토크쇼에 출연해 스마트폰 출시에 대한 질문에 “계속 주목해달라(stay tuned)”고 말하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다.
아마존은 지난 1월 이노바를 인수한 것도 스마트폰 출시를 위한 준비라는 평가다. 이노바는 음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로 아마존이 애플의 시리와 경쟁하기 위해 이노바를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출시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아마존의 채용 페이지에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리서치 및 개발 시설(Lab126)에서 시애틀의 소비자 제품을 위한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곳은 킨들을 개발했던 곳이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조스 CEO는 출판업계가 침체기를 겪을 당시 온라인 서점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그는 도서 판매 이외에 중고장터와 인터넷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아마존을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로 키웠다. 이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조스 CEO는 지난 1월 하버드비지니스리뷰가 선정한 ‘세계 100대 CEO’에서 고(故)스티브 잡스에 이어 2위에 선정됐다. 생존 인물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