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26년’은 순제작비 46억원 중 7억원을 관객 1만5000명으로부터 받은 클라우드 펀딩이었다. 이때만 해도 생소했던 ‘26년’의 제작두레 방식은 클라우드 펀딩이라는 공식 명칭과 함께 영화계에 하나의 제작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0일 크랭크인한 영화 ‘N.L.L: 연평해전’도 클라우드 펀딩 중이다. 1차 펀딩을 통해 1억1074만원을 모았으며, 2차 펀딩 중인 26일 현재 1712만원이 제작을 위해 모였다. 4월 개봉을 앞둔 화제의 영화‘노리개’도 아직 클라우드 펀딩 중이다. ‘노리개’의 경우 제작비 펀딩이 아닌 홍보비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2028만원이 홍보비로 모였다. 이외에도 다큐멘터리 ‘BBK 꺼지지 않은 불씨’ ‘빨갱이 무덤’ ‘피지로 보내는 선교다큐 이웃집’ 등이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이란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중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직접 홍보하고 십시일반 자금을 모으는 형태다. 일명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실제 인디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저예산 영화의 경우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지만, 상업영화는 극히 일부분만 도움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속속 클라우드 펀딩 작품들이 등장하는 데는 관객으로부터 제작 단계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영화 제작에 도움을 받은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펀딩은 모두 함께 만들어 간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다”며 “비용적으로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홍보로 직결되기 때문에 여러 모로 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했다.
관심과 공감이라는 측면이 부각되는 탓에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충당한 작품의 상당수는 아직까지 사회고발 영화일 수밖에 없다. 영화 ‘노리개’ 홍보사 무비앤아이 측은 “2011년 ‘도가니’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도가니 법을 제정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는가 하면, ‘26년’은 수차례 제작 무산 위기에도 제작두레로 결국 영화를 상영관에 걸었다”며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사회고발 영화는 감춰지거나 숨겨졌던 진실들을 고발하는 영화들이 관객들과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까지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제작에 참여했다는 자긍심을 높이기도 한다”고 클라우드 펀딩 참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처럼 영화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클라우드 펀딩은 최근 음반제작, 게임, 서적, 미술전시 등 문화 전반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로써 공급과 수요의 주체가 함께 생산해 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창출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