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로존 뇌관 터지나… 연정구성 실패로 정국혼란 지속

‘키프로스 방식’ 적용 우려에 시장 불안 가중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합의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재정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이탈리아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 구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국 불안이 고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중도좌파 민주당 대표가 이날 제3당인 오성운동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베르사니 당수에게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자유국민당과 대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이 남아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연정이 성사된다고 해도 두 정당의 정책과 이념이 달라 연정이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향후 정국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증시는 이날 이탈리아 정국 불안과 키프로스 구제금융 방식이 유로존의 다른 위기국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로 하락했다.

지난 25일 키프로스 구제금융 합의 이후 이탈리아 은행주들이 폭락세를 보인 데 이어 연정 구성 희망이 사라지면서 이탈리아증시는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정부가 이날 실시한 국채 입찰에서 발행액은 목표치에 미달했고 수익률도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 은행권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의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은행들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IMF는 실물경제가 약화하고 국가신인도와 금융 분야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감안하면 이탈리아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장기간의 경기침체가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권의 이익 감소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들은 국가 부채 비율이 상승하면 그 가치가 더욱 저평가될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은 역내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2.8%로 가장 급격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키프로스 구제방식이 이탈리아 은행에 적용될 우려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이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안은 경제위기에 처한 다른 국가들을 다루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2대 은행인 인텔사산파올레와 유니크레디트는 하루 만에 주가가 6% 급락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방식은 예외적인 것이라는 해명 발언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그가 평소에도 금융권의 부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뜻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금융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의 구제방식에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구제금융이 필요한 국가들은 키프로스의 사례와 같이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