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기업 총수에 대한 배임죄 적용 완화에 나섰다.
27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등 10명은 배임죄 개정을 포함한 상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최근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이사가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다면 회사의 손해에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상법 제2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다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선의로 믿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를 이번 개정 법률안에 삽입했다. 이 의원 측은 독일 주식법과 미국 판례를 예로 들면서 이번 발의는 ‘경영 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이 성문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이번 개정안 발의는 배임죄의 명분과 영역을 명확하게 규정하자는데 의미가 있다.
앞서 법조계에서도 이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왔다. 하급심이나 대법원에서도 이미 판례를 통해 ‘경영 판단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경영자의 판단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 적용이 ‘형벌 과잉’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신동운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20일 한 법률매체 좌담회를 통해 “배임죄에 대해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넓어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형기준이 대단히 엄격해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불황 속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감시와 제재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러한 법 개정 움직임이 이는 것에 대해 재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미국이나 독일 등 배임죄를 다루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해 명확히 성문화돼 있다”며 “국내 상황도 비슷하지만 이번 발의로 ‘경영판단’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 성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