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이미 이달 초 사의를 표명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수공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9일 국토부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정식 취임(12일) 이전에 이미 거취를 결정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산하 공공기관 인사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해 달라”며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기 이전부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음을 의미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장이 사표를 낸 것은 김 사장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다른 공공기관장들과 청와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아직 사표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다.
김 사장은 명확한 퇴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수공 측은 김 사장이 새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사표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곽수동 수공 사장 비서실장은 “사장님이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순리를 잘 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국토부 장관도 바뀐 만큼 더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 ‘MB맨’으로 꼽히는 김 사장은 지난 2008년 7월 수공 사장으로 취임한 뒤 2011년과 지난해 2년째 연임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시작과 끝을 진두지휘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내 4대강 사업을 마무리 짓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태국 강정비 사업 수출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김 사장의 퇴진 소식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공 고위 관계자는 “오는 5월이면 태국 사업의 입찰 결과가 발표되는데, 그때까지만이라도 ‘태국 통’인 김 사장이 맡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김 사장도 이 문제 때문에 퇴임 결정까지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7일 열리는 국토부 장관과 공공기관장 간담회를 비롯한 계획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사표수리 전까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연임을 하고 있거나 이명박 정부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산하의 경우 오는 9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8월 13일 임기가 끝나는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비롯, 정창영 코레일 사장, 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정일영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