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부에 키프로스에 제공한 차관의 상환조건 재조정 문제를 키프로스와 협상하라고 지시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이 채택한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을 고려할 때 키프로스 경제와 금융시스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키프로스 대통령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페스코프 실장은 “이전에 키프로스에 제공한 차관의 상환 기한 조정 등의 협상을 키프로스 측과 시작할 것”을 내각과 재무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키프로스가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합의안 새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하고 러시아도 키프로스 지원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로써 러시아와 키프로스의 기존 차관 상환조건 재조정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키프로스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합의한 예금 과세안에 대해 비판했다.
키프로스는 유로존으로부터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예금에 최대 9.9%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58억 유로의 세수를 확보할 것에 합의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불공정하며 비전문적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키프로스는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구제금융 조건으로 부실은행을 정리하고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대해서만 손실부담금을 물리기로 한 ‘플랜B’를 마련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1년 키프로스에 25억 유로의 위기 대응 차관을 제공했다. 4년6개월 만기 4.5% 이자율 조건이었다.
키프로스는 현재 러시아가 차관 상환 기한을 2021년으로 연기해주고 이자율도 낮춰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미할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앞서 20일부터 사흘 동안 모스크바를 방문해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등 러시아 당국자들과 차관 관련 협상을 벌였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 키프로스 위기 해결에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키프로스가 EU 회원국인 만큼 EU와 키프로스 스스로의 문제 해결 방안이 결정되고 나면 러시아도 지원 과정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키프로스 주요 은행에 대규모 예금을 가진 러시아 기업과 은행, 개인 등은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손실 부담금 등으로 입게 될 피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법인과 개인은 100억~300억 유로 상당의 예금을 키프로스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