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에 불을 지핀 것은 ‘기초연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박근혜식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은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불합리한 구조로 바뀌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국민행복연금을 거세게 비판하며 원안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근혜식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존 기초노령연금(약 10만원)의 약 2배인 20만원을 지급한다.
반면 1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4만원이 추가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년 늘 때마다 2000원씩 연금액이 오른다. 국민연금은 만기가 40년으로 설정됐지만 1988년 시작된 덕에 25년 넘게 가입한 사람이 없다. 25년간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사람이 추가로 받는 금액은 최대 7만원, 총 17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받는다.
현재 연금보험료를 20년 넘게 부어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865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가입 평균 기간이 약 20년이므로 대부분(약 20만명) 추가로 받는 기초연금은 6만원이 전부다.
기초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받는 국민연금과 다르다. 보편적 연금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은 같은 금액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시행할 형편이 안 돼 참여정부 때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일정액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이 있다. 박 대통령의 원래 공약은 이를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증세가 없다고 말하면서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증세 없이 대상을 확대하다 보니 국민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에 차별이 발생하고 ‘기초연금-국민연금’으로 이뤄진 공적연금의 체계가 크게 꼬여버렸다.
게다가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안정된 직장, 고소득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비례해 국민행복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통상 불안한 일자리인 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 약자인 여성 등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정규직보다 짧고 평균 소득은 낮아 국민연금 급여가 적다. 기초연금이 이를 보완해줘야 하지만 그 역할을 잃고 이중으로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일은 기초연금이 없지만 보통 유럽에서는 공무원, 광산근로자 등 각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 심화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연금이 도입된 것”이라며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똑같은 공적연금이므로 한 쪽을 많이 받으면 한 쪽은 덜 주겠다는 것인데 원래 공약대로 두 연금을 연계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운영 측면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할 수 있지만 재정과 가입기간의 연계가 아니라 기초연금을 최소 소득대체율에 맞춰 수당으로 주고 소득에 비례해 국민연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잔디 참여연대 복지노동팀 간사는 “여성, 비정규직 등 노동 약자들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서 이중으로 차별받고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적연금을 개편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이 안정된 노후소득보장 제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