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SK하이닉스 등 660여개의 기업들이 동시에 주주총회를 실시하는 ‘주총 빅(Big)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관전 포인트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칼 끝이 겨냥된 친MB계 금융지주 수장들의 거취 문제다. 단군 이래 최대규모인 용산개발 사업을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몰고간 롯데관광개발도 관심대상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22일에는 코스피 324개사와 코스닥 338개사 등 총 662개의 기업이 일제히 주총을 실시한다.
뜨거운 감자는 ‘KB금융’이다. 최근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는 ING와 관련해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부 당국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사외이사 3명 선임에 투자자들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임기와 관계없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교체’를 건의한 것도 부담이다.
같은날 주총을 실시하는 우리금융지주도 사정권에 들어섰다. 17대 대선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이용만 고려대 교수와, MB정부 초기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낙마한 이두희 고려대 교수 등 기존 친 MB계 사외이사 재선임이 원안대로 통과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부 강력한 의지가 집결된 민영화도 ‘핫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 사업비 31조의 용산개발 사업을 디폴트로 몰고간 롯데관광개발도 주총을 실시한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개발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2대 주주(15.1%)다. 이 회사의 투자금은 드림허브 출자금 1510억원과 1차 전환사채 인수금 226억원을 포함해 총 17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사업이 파산되면서 자본잠식이 불가피해졌다. 외부감사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까지 받아 상장폐지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배당금을 대폭 축소하는 안건을 올린 회사도 줄을 잇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기말 배당금은 전기대비 38% 감소 2500원으로 결정했다. S-oil(2200원)과 동국제강(500원)도 각각 31%, 33% 줄었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58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전기와 같은 보통주 주당 150원, 우선주 주당 175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