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감사인력 배출의 산실인 금융감독원 출신의 감사행이 제한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감사원 출신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는 장수감사도 속출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금융사들의 감사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1년 가까이 감사 선임이 늦춰지고 있다. 면접은 계속되고 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이 감사추천제도를 없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추천제도란 금감원이 금융사에 복수의 감사 후보를 제시하던 것으로 지난 2011년 폐지되면서 금감원 출신의 감사 재취업이 사실상 원천 차단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 출신이 약진하고 기존 감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게 됐다.
실제 금융권에서 감사원 출신 감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김용우 우리은행 감사, 신언성 외환은행 감사, 윤영일 기업은행 감사 등은 금감원의 감사추천제 폐지 이후 은행 감사로 옮겼다.
정태문 삼성카드 감사, 문태곤 삼성생명 감사, 김판현 KDB생명 감사, 성기택 KB생명 감사, 김시관 흥국화재 감사, 진유조 더케이손해보험 감사, 원성희 NH손해보험 감사 등 2금융권에도 감사원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하지만 감사원 출신 감사보다 금융 전문성이 높은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남인 신한카드 감사와 최태문 롯데카드 감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남 감사는 3연임해 5년째, 최 감사는 연임해 4년째 감사를 하게 됐다. 한국은행 출신 윤한근 하나SK카드 감사도 연임해 4년차를 맞았다.
이순한 교보생명 감사, 박인원 동부생명 감사, 황희주 동부화재 감사는 2004년 나란히 감사에 취임한 후 3연임해 올해로 10년째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금감원 출신인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는 연임해 6년 임기를 보장받았으며, 이성조 한화손해보험 감사는 올해 초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올해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감사는 27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감사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로 사라진 금감원 출신의 감사행을 무조건 막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