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작년 한 해에만 34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전망됐다.
현금성 자산의 증가율과 현금성 자산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체감 경기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는 한 기업들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147개사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IFRS 연결 기준)는 126조7천738억원으로 예상됐다.
현금성자산은 현금 뿐 아니라 수표, 당좌예금, 보통예금 및 큰 거래비용 없이 현금으로의 전환이 쉬운 자산을 의미한다.
집계 대상에 포함된 상장사들은 증권사들이 현금성 자산 추정치를 밝힌 곳이나 작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곳이다.
작년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은 2011년의 92조3천906억원보다 37% 늘어났다. 예년보다 증가 폭이 훨씬 컸고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147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08년 83조6천230억원, 2009년 87조4천51억원, 2010년 78조5천256억원으로 작년까지는 전년 대비 10% 안팎의 증가에 머물렀다.
주요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2011년 14조6천918억원에서 작년 24조5천505억원으로 67% 증가한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는 6조2천319억원에서 14조401억원으로 125%, 현대모비스는 2조592억원에서 3조9천766억원으로 92%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아차는 2조3천42억원에서 3조6천591억원으로 59%, 현대중공업은 1조6천100억원에서 2조6천883억원으로 6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적으로는 147개 기업 중 106개(72%)가 작년에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이같이 증가한 것은 경기 전망과 관련이 깊다.
작년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향후 수요 확대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010년에 25.7% 늘었으나 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된 2011년에 3.7% 증가에 그쳤고 작년에는 1.8% 감소했다.
NH농협증권 이아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고 작년에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투자는 경기에 선행한다기보다 경기와 함께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는 확실한 전망이 없으면 올해도 투자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관련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은 공격적이지 않다"면서 "현금성 자산이 축적된 가운데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최소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