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59)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중남미 정치 구도에 변화가 올지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미 좌파를 주도하던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남미 좌파국가들의 관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사회주의적 개혁을 실행해 온 다른 좌파 국가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미의 대표적 좌파국가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는 그동안 차베스의 정치 이념을 공유하고 경제 지원도 받아왔다.
차베스가 첫 집권한 지난 1998년부터 남미 지역으로 좌파 이념이 확산한 가운데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고 차베스의 통치 방식을 ‘롤모델’로 본받았다.
두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 방식으로 다선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는 차베스가 연임제한을 철폐하고 장기집권체제를 마련한 것을 따른 것이다.
두 나라는 차베스가 이끌었던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2000년대 중반부터 베네수엘라와 경제·정치적으로 교집합을 형성해왔다.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코카잎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차베스는 자금지원을 발표했다.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차베스는 2010년 3월 양국 간 프로젝트와 공동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는 등 남미 좌파 연합을 강화했다.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는 석유·가스산업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차베스의 후계자로 지명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야권 진영이 집권하면 마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 여러 공동체 내에서도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이 집권하면 어제의 동지가 미래에는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야권이 집권에 성공하면 남미 강경좌파 세력은 우파에 밀릴 뿐만 아니라 대세를 이루는 중도좌파도 고립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베스의 석유지원 프로그램(페트로카리베)에 따라 시가보다 싸게 석유를 공급받아 온 중미·카리브 국가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쿠바는 차베스 집권 기간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지난 2011년에 공급받은 석유 규모는 36억 달러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해 10월 대선 캠페인 당시 차베스식 석유 지원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통합 후보로 출마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유세 당시 “차베스가 국유 자원인 석유로 친구들을 매수하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단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마두로가 정권을 접수하더라도 석유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중남미 좌파블록인 ALBA의 고리도 이전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