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K팝스타’하차 김도연에 부끄럽지 않나![배국남의 직격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지 싶었는데 점점 좋은 결과들이 생기고 자꾸 올라가다 보니 부담이 너무 커졌다. 다른 친구들은 절실하게 하는데 난 그렇게 절실하지 못했다. 탈락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나보다 절실한 친구들인데 내가 잘 돼 가는 게 너무 미안했다.”
눈물을 흘렸다. 하차 의사를 밝히며 오디션장을 빠져나갔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방송에 진출할 TOP10에 오른 김도연(22)이다. 스타가 될 좋은 기회를 그녀는 스스로 놓았다. 자신보다 더 절실하고 열정이 있는 참가자들을 위해. 적지 않은 시청자는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숱한 난관과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TOP 10안에 포함된 그녀이기에 하차 표명에 당혹스러워했다. 안타까워했다. 무책임하다는 비난도 했다.
하지만 음악교육자가 꿈이어서 경험 삼아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결과가 좋아지면서 자신보다 가수의 꿈과 열정이 절실한 친구들이 탈락하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팠고 자신보다 열정이 더한 친구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차한다는 말을 듣고 김도연에게 박수를 보냈다. 자신보다 꿈이 절실한 참가자에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놓으며 흘린 그녀의 눈물을 보며 감동했다. 의미 있는 아름다운 자진 하차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내 그 감동과 찬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분노와 실망, 비판이 들어선다. 바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전후에 터져 나온 의혹과 이에 대한 후보자의 대처 행태, 박근혜 정부의 일부 장관 내정자와 비서진에 대한 의혹과 이에 대한 처신들이 분노와 비판을 초래한 것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각종 언론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전용과 위장전입, 관용차의 사적 이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의혹 백화점’ 이라는 비아냥이 홍수를 이뤘다. 이내 사퇴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후보자는 “과거의 관행”으로 치부하며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로 대응했다. 그러다 여론이 등을 돌리고 정치권과 상당수 국민의 분노가 치솟자 후보자로 지명된 지 41일만에 결국 사퇴했다. 국민의 마음에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강렬하게 남긴 추한 하차였다.
박근혜 정부의 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부대공사 리베이트 의혹에서부터 증여세 탈루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전입, 무기중개업체 고문 전력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 김병관 장관 내정자를 ‘제2의 이동흡’이라고 칭하고 있다. 의혹에 대처하는 태도도 매우 흡사하다. 김병관 장관 후보자는 전혀 물러날 뜻이 없어 보인다. 이동흡 후보자처럼 전형적인 버티기다.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병역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고검장 퇴임 후 법률사무소에서 고액 연봉을 받은 전관예우 논란 등 의혹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관료와 정치인, 재벌 등이 불법과 비리, 그리고 문제 있는 행태가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결같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닌 범법과 비리는 “신중하지 못했던 처사” “과거의 관행”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러다 국민의 거센 저항과 분노가 치솟으면 마지못해 하차 한다. 우리가 지도층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추한 하차’의 전형적 행태다.
불법과 비리 의혹 등으로 얼룩진 지도층 인사들이 국민의 실망과 분노, 비판은 외면한 채 장관을 비롯한 각종 자리에 대한 탐욕 때문에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 있는 지도층에 대해“신뢰와 존경은커녕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냉소가 그리고 불신이 치솟고 있는데도 무자격 공직 후보자들이 물러날 줄 모른다.
이들의 눈에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TOP10에 들었지만 자신보다 열정과 절실함이 더 한 참가자에게 기회를 주고자 스스로 하차를 선택한 어린 김도연이 어떻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