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무차별 엔저 공세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25일 출범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한국형 토빈세 도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간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적 공감대 없이 채권거래세, 외환거래세 등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하면 자칫 미국·영국 등 선진국이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에 대해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채권시장과 파생상품거래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토빈세를 도입했던 인도처럼 오히려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환율방어를 위해 국회 등의 토빈세 도입 요구에 아직 ‘시기상조’라고 반대해 오다 최근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국제경제관리관)는 지난달 30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토빈세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본래 의미의 토빈세의 도입은 곤란하다”고 말해 토빈세 도입에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한국형 토빈세 도입 주장이 확산하자 이를 경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국가들이 모두 합의해 함께 도입하지 않는 이상 우리만 서둘러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견해에 변함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확대로 투기성 자금이 한국의 금융·외환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한국형 토빈세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록 전문가들의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장 박근혜 정부가 한국형 토빈세 도입으로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는 모험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기적으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을 활용한 부분적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의 변동성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세수확충이 목적인 유럽의 금융거래세와 환율 방어가 목적인 한국형 토빈세 도입은 다소 다른 목적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당장 한국형 토빈세 보다는 정부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를 시장 참가자들에게 강력히 보여주고 토빈세는 히든카드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