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늘면서 12년새 최고를 기록했지만 ‘초저출산 국가’를 탈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초저출산 기준 출산율은 1.3명이다.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45년 후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출생·사망통계(잠정)’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초저출산의 경계선에 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인구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초저출산 경계선에 걸친 합계출산율=출산율 자체는 지난 2000년 1.47을 기록한 이후 12년래 최고다. 보건복지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초저출산국에서 탈출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지만 결국 잠정집계에서는 기준을 넘기지 못했다. 모든 인구학적 계산을 마친 공식 수치는 8월경 발표된다.
지난해 출산율이 늘었던 것은 ‘흑룡의 해’로 이름이 붙었던 덕이 크다. 실제로 앞선 경우를 보면‘2007년 황금돼지의 해’, 2010년 ‘백호의 해’ 등 별도의 이름이 있던 연도에서 출산율이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 2차 기본계획이 시행되는 등 정책적 효과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출산율이 초저출산 기준을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기저효과와 올해가 별도의 이름이 붙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크게 반등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국민 86%가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자녀의 숫자도 늘어 여지가 남는다.
통계청 이재원 인구동향과장은 “외국 사례를 봐도 초저출산 국가로 들어갔다가 그 추세가 계속 지속되기보다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전체적으로는 출산율이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혼인 지연으로 산모노령화 경향 뚜렷=혼인 연령이 올라감에 따라 20대 이하의 출산율은 매년 하락하는 반면 30대의 출산율은 매년 상승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연령층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바뀐 뒤로 그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25~29세의 출산율은 여성 1000명당 77.4명으로 전년보다 1명 줄어든 반면 30~34세 출산율은 121.9명으로 같은 기간 7.5명 늘었다. 35~39세의 출산율도 38.9명으로 전년보다 3.5명 늘었으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생아 기준으로 산모의 출산연령을 봐도 전체 출생아의 68%를 30세 이상이 출산했다. 30세 이상의 출생아수 구성비는 2011년 65%에서 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35세 이상의 고령산모 구성비도 18.7%로 지난해 18%보다 0.7%포인트 늘었다.
◇출생 48만4000명·사망 26만4000명…인구 자연증가=지난해 출생아 수는 48만4000명으로 전년 47만1000명보다 1만3000명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를 나타낸 조출생률도 9.6명으로 전년보다 0.2명 늘었다. 출생성비는 105.7로 정상성비 수준을 기록했으며 첫째와 둘째의 출생이 늘고 셋째의 출생이 약간 줄었다.
사망자수는 2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9900명 늘었다. 조사망률도 5.3명으로 2011년보다 0.2명 늘었다. 조사망률은 2004년에서 2009년까지 최저수준을 유지하다가 2010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90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출생아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수는 21만7000명으로 전년 21만4000명보다 3000명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자연증가수를 나타낸 자연증가율은 4.3명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고 10년 전 5.1명과 비교하면 0.8명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