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미니시리즈 중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든 작품은 KBS ‘아이리스2’다. 20부작에 투입된 총제작비는 170억원으로 회당 8억5000만원 가량이다.아이리스2는 장혁 이다해를 비롯해 이범수 오연수 김영철 등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뿐만 아니라 화려한 액션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해외 로케이션 등으로 이미 높은 제작비를 예고했다. 시청률 1%당 제작비용을 환산해보면 아이리스2의 평균 시청률은 13.4%로 시청률 1%당 약 6300만원이 소요됐다.
반면 제작사 사과나무 픽처스에 따르면 MBC‘7급 공무원’은 총 제작비가 75억원 정도로 회당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가량 투입된다. 아이리스2의 절반수준도 안 된다. 현재 8회까지 방송된 MBC 7급 공무원의 평균 시청률이 14.2%라 할 때 시청률 1%당 2460만원이 든 셈이다. 아이리스2와 시청률은 비슷하나 시청률 1%당 사용된 비용을 따져보면 아이리스2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극의 경우 MBC ‘마의’가 50부작에 200억원을 투입했다. 사극은 장편인데다 세트비와 의상비, 소품까지 포함하면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뛴다. ‘마의’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 관계자는“‘마의’는 말을 대상으로 하기에 말 사용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누워있는 말, 서 있는 말, 연기 가능한 말 등 출연료가 각각 다르다. 또 세트장도 직접 지었기 때문에 초반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다”며 “시청률도 우리가 생각했던 시점보다 늦게 20%를 넘었다”고 아쉬워했다. 40회까지 방송된 ‘마의’의 평균 시청률은 16.5%로 회당 4억원이 들어갔다고 가정하면 시청률 1%당 2420만원이 투입됐다.
주말 연속극은 가장 작은 비용으로 최대의 시청률을 올릴수 있는 드라마 장르다. KBS ‘내 딸 서영이’의 제작사에 따르면 제작비는 회당 1억6000만원 정도가 투입된다. 50부작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총 제작비가 약 80억원이다. 주말연속극은 세트 촬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46부까지 방송된 ‘내 딸 서영이’의 평균 시청률은 32.4%로 시청률 1%당 49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 같은 모습은 시청률과 제작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거액의 제작비가 드라마의 인기를 보장해 주지 않음은 분명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드라마 제작비의 양적경쟁을 만드는 요인은 인건비다. 몇몇 스타들에게 고액의 출연료가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드라마 퀄리티는 떨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은 드라마에서 스토리를 원한다”며 “아이리스2와 ‘7급공무원’ 둘 다 첩보물이지만 다르다”고 했다. 이어 “‘7급 공무원’은 멜로와 코믹을 드라마 스타일로 잘 해석했지만 볼거리에만 집중한 블록버스터는 시청자들이 외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상과 사람, 장비 보다 대본에 집중투자 한다면 자연스레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만들어 질 것이라며 제작비 양적 경쟁의 시사점을 던져줬다.